소방관의 처우개선이 이따금 언론에서 소개되는 양상을 보면 서글픕니다.
다른 건 몰라도 서구권에서 잘하는 것 중 하나가
이런 자기 희생을 통해 공익을 실현하는 분들에 대한 우대인데
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매우 인색하달까요?
솔직히 국회나 지방자치 의회의 의원들보다 더 우대되어야 하는데..란 생각도 듭니다.
그 시대를 근대화로 보던 억압의 시대로 보던
(제 소견은 억압의 시대입니다)
이때를 기점으로 인간의 자아가 또렷해지고
직업에 대한 의식이 생겨나게 된 건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.
소방관나 경찰관 같은 직업군은 그 누구보다 도덕성이나
공익을 우선시하는 윤리관이 필수적이지요.
(안그런 사람도 많다고요? 물론 사람사는 세상이 그런거지요)
그러나 이제 소개할 사건은
그 윤리관이 아직 싹트기 전의 모습이 어떠하였는가를 보여주는
재미난 일화입니다.
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.
1921년 3월 29일 밤 10시경에 춘천군 춘천면 사창리(현재는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)의
매일신보사 춘천지국에 불이 납니다.
출동한 경찰과 소방관들이 재빨리 진화합니다.
그래서 다들 보람찬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는데
그날 심야에 같은 마을 이병익씨네 집 지붕위에서 또 불길이 일어납니다.
진화 후 조사를 하는데 석유가 묻은 솜뭉치가 발견되어 범인을 찾았더니
다름 아닌 같은 마을의 소방관인 빈정화삼랑(일본인인듯)씨의 소행이었죠.
이유인즉, 매일신보사에 난 불이 너무 쉽게 꺼져서
그 허전함에,
그러니까 분노의 역류처럼 화끈한 액션영화의 주인공이 되고팠던거죠.
지금 현직에 계신 분들에게 이 사건 이야기를 했다간
새파랗게 질려하실 이야기입니다.
민족주의적 관점에서 해석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
뭐랄까 근대적 직업관이 아직 확고하게 자리잡지 않은 상태에서
어느 젊은 소방관의 철부지 짓이 일으킨 촌극이었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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